[2026년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실패에 따른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 예정]
오바마케어 보조금 종료 위기: 당파적 갈등이 낳은 의료보험 공백
2025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미국 정치권은 또 다시 첨예한 보건의료 논쟁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연방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ACA) 보조금 연장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내년부터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마지막 순간의 결정
12월 16일,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은 비공개 의원총회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화당의 건강보험 법안에 ACA 보조금 연장안을 포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입되어 중산층까지 혜택을 확대했던 강화된 보조금 제도는 이달 말 예정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이 결정은 당내 중도파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서 이루어졌다. 펜실베이니아의 브라이언 피츠패트릭(Brian Fitzpatrick) 의원과 뉴욕의 마이크 롤러(Mike Lawler) 의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 중도파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초당적 해결책을 모색하며 지도부를 압박해왔다. 그들은 소득 상한선과 같은 “가드레일”을 포함한 타협안을 제시했고, 수십 명의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존슨 의장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하원 규칙위원회는 화요일 밤 중도파들의 수정안을 표결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25년 남은 회기가 단 3일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보조금 연장안이 올해 안에 표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상원의 실패한 시도들
하원의 결정에 앞서, 상원에서도 비슷한 교착 상태가 벌어졌다. 12월 11일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제시한 법안이 모두 부결되었다. 민주당의 3년 연장안은 찬성 51표, 반대 48표로 통과에 필요한 60표에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이 제시한 대안—보조금을 폐지하고 건강저축계좌(HSA)를 확대하며 저소득층에게 최대 1,500달러를 직접 지급하는 방안—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공화당 소속 4명의 상원의원—메인의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스키(Lisa Murkowski)와 댄 설리번(Dan Sullivan), 그리고 미주리의 조시 홀리(Josh Hawley)—이 민주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홀리 의원은 표결 후 NPR과의 인터뷰에서 “고향 사람들이 의료비 인하를 원한다”며 자신의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누가 피해를 보는가
보조금 종료의 파장은 광범위하다. 비영리 보건정책 연구기관 KFF의 분석에 따르면, 연 소득 8만5천 달러인 60세 부부의 경우 내년 건강보험료가 최대 2만2,600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 연 소득 2만5천 달러 수준의 단독 가구 역시 연평균 약 1,000달러의 추가 보험료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CNN 보도에 따르면, 약 2,2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보험료 급등에 직면하게 되며, 많은 이들이 보험 가입 자체를 포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소상공인, 독립 계약자, 긱 워커(1인사업자,자유롭게 일하는 자), 조기 은퇴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내부의 균열
흥미롭게도 이번 사태는 공화당 내부의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뉴욕의 마이크 롤러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찬반 표결조차 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상당수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지도부의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의 케빈 카일리(Kevin Kiley) 의원도 “2,200만 명이 의회의 무행동 때문에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바마케어의 가장 강경한 비판자 중 한 명인 조지아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의원조차 보조금 유지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왜 공화당 지도부는 반대하는가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루이지애나의 빌 캐시디(Bill Cassidy) 상원의원은 “오바마케어는 ‘감당할 수 없는 의료법'(Unaffordable Care Act)이 되었다”고 비판하며, “비용 절감을 위한 개혁들이 이제 더 많은 보조금으로 덮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슨 의장은 “폐지와 대체(Repeal and Replace)” 대신 “축소와 수리(Reduce and Repair)”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제시했다. 그는 “오바마케어의 뿌리가 시스템에 너무 깊이 박혀서 이제 뿌리째 뽑아내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화당은 대신 협회형 보험(association health plans) 확대 등을 포함한 대안적 건강보험 법안을 통해 전반적인 의료비 절감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보조금이 결국 보험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며, 환자와 가족에게 직접 돈이 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2026년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 만들 계획이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건강보험 문제로 하원을 탈환한 경험이 있는 민주당은, 공화당이 보조금 연장을 거부한다면 강력한 선거 메시지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PR 보도에 따르면, 2018년 건강보험 공약으로 당선된 앤디 킴(Andy Kim)과 엘리사 슬로트킨(Elissa Slotkin)은 현재 상원의원이 되어 여전히 이 이슈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슬로트킨 의원은 “생활비가 오르는 여러 방식 중에서 건강보험만큼 개인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론의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은 명확하게 보조금 연장을 지지하고 있다. KFF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무당파, 민주당원 모두에서 압도적 다수가 의회의 보조금 연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케어 자체의 지지율도 1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트럼프 캠페인과 함께 일했던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존 맥로플린(John McLaughlin)의 10월 조사에서도 경합 선거구 유권자들이 건강보험 세액공제 지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유권자들은 건강보험 세액공제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ACA 마켓플레이스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공화당 우세 선거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농촌 지역 거주자, 소상공인, 농부들이 많다. 이는 공화당이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현재 중도파 공화당 의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청원서(discharge petition)’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소수당이 다수당 지도부를 우회하여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절차적 수단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방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단 4명의 공화당 의원만 동참하면 표결이 보장된다.
피츠패트릭, 롤러, 카일리 등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청원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피츠패트릭 의원은 “소득 제한도 개혁도 없는 단순 연장보다 더 나쁜 것은 오직 보조금 종료뿐”이라며 어려운 결정을 예고했다.
하원은 12월 18일 존슨 의장이 제시한 공화당 건강보험 법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보조금 문제를 다루지 않으며, 협회형 보험 확대 등 보수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선호해온 아이디어들만을 담고 있다.
결론: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15년간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이 제도를 “사회주의적 정부 개입”으로 보고 있지만, 동시에 그 뿌리가 너무 깊이 박혀 완전한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념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동안 실제 사람들의 삶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불과 며칠 남은 시점에서 의회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보조금이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2026년 1월부터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뉴욕의 니콜 말리오타키스(Nicole Malliotakis) 의원은 당내 회의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묘사하며, “좋은 타협안이 있는데도 지도부가 이를 막고 있다는 의원들의 좌절감”을 전했다. 이는 단순히 건강보험 문제를 넘어 미국 정치의 작동 방식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당파적 이념이 실용적 해결책을 어떻게 가로막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취약한 시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